인도의 빤(Paan)은 베텔 잎과 각종 향신료, 조미료를 섞어서 입안에 넣고 씹는 구강 청정제이자 소화제, 디저트,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도에서 남녀노소가 즐기는 기호식품인 빤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겠습니다.
빤 (Paan)
'빤'이라는 단어 자체는 산스크리트어로 잎을 의미하는 '빠르나'에서 왔습니다. 2,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카마수트라에는 '탐불라'라는 이름으로 언급되어 있으며 한때는 왕족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힌두교 경전에는 크리슈나 신이 빤을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하네요.
아유르베다에 따르면 빤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 영적인 기운의 상호 균형을 유지해주고 소화 기능과 신진대사, 혈액 순환, 구강 위생, 신체 면역을 개선해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빤은 스트레스 해소제나 기분 향상제의 기능도 하는 등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으로도 애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은 아니긴 합니다.
빤에는 베텔 잎 (빈랑나무 잎), 담뱃잎, 아레카 너트 (빈랑 열매), 카다멈, 정향, 회향, 굴칸드 (장미 꽃잎 잼), 사프란, 민트, 코코넛, 추나 (소석회 크림 잼), 카타 (아카시아 나무껍질 추출물), 건포도, 사탕, 설탕, 식용 은박지 등이 들어가며 빤에 들어가는 재료에 제한은 없습니다.
빤에 들어가는 빈랑나무 잎과 열매는 특히 저용량으로 씹으면 카페인이나 니코틴이 몸에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 나타납니다. 커피 한 잔 또는 담배와 같은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빈랑 잎은 침이 많이 생기게 하여 소화를 돕고 식욕도 좋아집니다. 정향과 회향, 굴칸드는 입냄새를 상큼하게 만듭니다.
빤은 종류도 다양한데 그 중 바라나시 빤, 콜카타 사다 빤(일반 맛), 미따 빤(달콤한 맛), 비하르 마가이 빤, 착시 빤, 파이어 빤(기안84가 먹어봤던 불을 붙인 빤), 마른 과일 빤, 초콜릿 빤, 파인애플 빤이 유명합니다. 인도의 전 지역에서 즐기지만 특히 바라나시의 빤이 유명하며, 바라나시를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가 빤 제조이기도 합니다.
바라나시 시내에 가면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이 빤을 전문적으로 파는 상점인 '빤왈라' 입니다. 그중 빤 맛집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빤을 사갑니다. 지역마다, 그리고 빤을 제조하는 사람들마다, 고유한 레시피와 스타일이 있습니다. 빤은 인도에서 기호식품일 뿐만 아니라 손님을 환대하거나 우정, 존경을 표현할 때 대접하는 기호품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빤 즐기는 방법
빤을 파는 빤왈라에 가보면 사장님 고유의 레시피로 만든 빤이 매대에 몇 개 올려져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내용물을 볼 수 있도록 일부는 펼쳐져 있고 삼각형으로 접혀 정향으로 모양이 고정되어 있는 빤도 있습니다.
빤은 사실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습니다. 잎으로 싼 빤을 한 번에 입에 넣을 수도 있고 잎을 펼친 채 조금씩 먹을 수도 있습니다. 빤은 담배처럼 연기를 입으로 흡입하는 방식이 아니고, 입안에 빤을 넣고 씹어서 나오는 즙을 즐기는 방식입니다. 천천히 씹으면서 즙을 빨아먹으며 맛을 음미한 후 뱉는 사람들도 있고 전체를 씹어서 완전히 삼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빤을 씹었을 때 더이상 즙이 나오지 않는다면 뱉어서 버릴 수도 있고, 특히 빤에 담배나 추나, 아레카 너트가 들어간다면 삼켰을 때 건강에 안좋을 수 있어서 더더욱 뱉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대로 삼키는 것도 가능하긴 합니다. 결국 사람에 따라, 그리고 재료에 따라, 빤을 즐기는 방식을 달리 하면 됩니다.
빤 가격
빤의 가격은 10루피부터 5,000루피까지 다양합니다. 일반 서민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10~30루피짜리 일반 빤을 구매할 수도 있고, 특수한 재료를 넣은 빤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어떤 재료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가격이 많이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몸을 더욱 취하게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갈수록 가격이 높아집니다.
빤, 건강에는 어떨까
빤에는 빈랑 잎과 열매가 들어가는데 사실 빈랑은 얼마 전 뉴스에도 나왔던 것처럼 건강에 좋지는 않습니다.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의 경우 처음에는 치아와 잇몸에 악영향이 갔고 일부는 구강암에 걸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빈랑은 특히 태아에게는 매우 해로우며 발달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임산부는 피해야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인도에서 빤을 즐기시더라도, 중독될 정도로 자주 드시지는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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