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느린 수영으로 유유자적하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납작한 주둥이에서 잇몸이 튀어나와 빠르게 사냥하는 마귀상어. 이번 글에서는 마귀상어가 다른 상어와 구분되는 신체적 특징과 생태, 먹이, 서식지, 그리고 최근 들어 인간에게 발견되고 있는 것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마귀상어?
마귀상어는 대륙붕을 따라 깊은 바다 밑바닥에 사는 미츠쿠린 상어과의 희귀종입니다. 미츠쿠린이라는 이름을 보시면 일본어 느낌이 나는데, 1860년대에 영국에서 공부하던 일본 동물학자 Mitsukuri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기존에는 주로 일본 해안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만 해안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1억 2500만년 이상 된 원시 상어과에 속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어로는 '고블린 상어'라고 불립니다.
마귀상어 신체 특징
몸 길이
마귀상어는 보통 몸 길이가 약 3m인데 4m에 이르는 개체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몸무게는 200kg가량 됩니다.
피부 색깔
몸색깔은 연회분홍색에서 분홍색까지 주로 분홍 계열의 색상을 많이 띄는데 이는 마귀상어의 피부 아래 모세혈관을 흐르는 혈액이 조금 보이도록 피부가 반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즉 분홍계열의 피부 색상은 멜라닌 색소와 같은 특정 색소 유전자 때문은 아닙니다.
입
마귀 상어는 주둥이가 길게 돌출되어 있으며 날카로운 칼날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점차 나이를 먹게 되면서 몸의 전체 길이에서 차지하는 주둥이의 길이는 차츰 줄어들게 됩니다. 기문은 작고 보호용 순막이 없는 눈 뒤에 있습니다. 마귀상어의 주둥이는 극소량의 전기장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어둡거나 탁한 물속에서도 주변의 먹이를 쉽게 감지할 수 있게 합니다. 참고로 다른 상어와 가오리의 주둥이에도 이와 같은 기능이 있습니다. 마귀상어의 주둥이는 평소에는 길고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다가 먹이가 나타나면 윗니와 아랫니가 달린 위아래 잇몸을 앞으로 빠르게 돌출시켜 이빨로 먹이를 물어 낚아챕니다. 위 영상에서도 이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턱 및 이빨
마귀상어의 윗니는 35~53개, 아랫니는 31~62개입니다. 아랫니는 일반 어류의 이빨처럼 좁고 기다란 것이 특징입니다. 턱의 중간에는 세로로 가늘게 패인 홈이 있습니다. 어금니는 먹이를 꼭꼭 씹어먹기 위해 짧고 평평하게 되어있습니다. 앞쪽 이빨과 뒷쪽 이빨 사이에는 이빨이 없는 공간이 조금 있습니다.
아가미
아가미 구멍은 짧게 나있으며 내부 기관이 조금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느러미
등에는 2개의 지느러미가 나있으며 크기가 몸에 비해 작은 편이고 다른 상어 지느러미처럼 삼각형이 아닌 둥그런 모양을 하고있습니다. 가슴지느러미 또한 작고 둥급니다. 배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등지느러미보다는 조금 큰 편입니다. 꼬리를 보면 편평한 모양이며 중간에 패임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느러미의 윗쪽은 길고 아랫쪽 지느러미는 짧은 비대칭형을 하고 있습니다.
골격 및 근육
우리가 살면서 살아있는 마귀상어를 바닷속에서 목격할 일은 사실 거의 없는데 이유는 신체가 덜 발달되어 있고 그만큼 얕은 바다까지 헤엄쳐오는 일이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대체로 활동적이지 않은 편이며 골격이 단단하지 않고 근육도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다. 긴 꼬리지느러미를 이용해 느긋하게 느린 속도로 헤엄치며 다니는 것이 전부입니다.
마귀상어 먹이
마귀 상어는 수영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매복하는 형태로 먹이 사냥을 합니다. 먼저 먹이가 자신을 쉽게 발견하지 못하도록 중선 부력을 만들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표류하듯 갑니다. 먹이가 사냥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어오면 윗잇몸과 턱이 앞으로 빠르게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먹이를 이빨로 콱 깨물며 이후에 입의 바닥에 있는 기저질(혀와 유사한 기능)이 아래로 내려가 입안의 공간을 확장시키면서 먹이와 물을 입 안쪽으로 빨아들입니다.
마귀상어는 튀어나온 주둥이 덕분에 해저의 틈새나 굴에 숨어 있을 수 있는 먹이도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주로 먹는 것은 심해어와 오징어입니다. 십각류, 두족류, 갑각류와 같은 생물이 이들의 주요 먹잇감입니다. 그리고 최근 발견되는 일부 마귀상어의 위장에서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마귀상어 서식지
마귀 상어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서식하고 있으며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주요 대양에서 모두 잡힌 적이 있습니다. 잡힌 국가도 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브라질, 수리남, 포르투갈, 프랑스, 세네갈 등 다양합니다. 대륙 사면 상부를 따라 300~1,000m 정도의 깊이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고 있는데 가장 깊은 곳은 1,300m 정도에서도 잡혔습니다. 대체로 어린 상어들은 조금 더 얕은 곳에서, 성체는 어린 상어보다 더 깊은 바닷속에서 삽니다. 제일 흔하게 잡힌 곳은 일본 남부 연안이며 많이 잡힐 땐 매년 30마리씩 잡히기도 했습니다. 어망 등에 걸렸다가 빠져나가지 못해 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귀상어 생태
인간에게 잡힌 마귀상어의 개체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만큼 관련 연구 또한 왕성하게 진행되지 못했으며 마귀상어에 대한 기록은 추정치인 경우도 많습니다. 추정에 따르면 갓 태어난 아기 마귀상어의 몸 길이는 82cm 정도일 것으로 유추되고 있습니다. 수컷 성체는 약 3m 정도로 확인되었으며 암컷은 잡힌 적이 거의 없어 아직 추정치가 없습니다. 다만 오늘 대만 해역에서 암컷이 잡혔다고 하는데, 관련해서 연구가 진행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귀상어는 16년 정도 살면 성체가 되며 최대 60년 정도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마귀상어 발견
마귀상어가 인간에게 가장 처음 발견된 것은 1910년입니다. 발견 당시 마귀상어처럼 주둥이가 납작하게 튀어나온 상어 종류가 있었기에 처음에는 그와 동일한 종으로 추정했으나 이후 다른 종으로 구분되었습니다. 당시 잡힌 마귀상어를 수족관으로 옮겨 키우면서 관찰하려는 시도도 했으나 짧으면 이틀, 길어야 일주일 만에 사망하여 긴 연구는 불가했습니다. 다만 이 점이 어쩌면 마귀상어 종 전체로 보면 다행인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오래 가두어둘 수 없었기에 그만큼 '경제적 가치'가 낮다고 여겨졌고 그만큼 마귀상어가 일부러 포획이나 남획될 확률도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인 2003년에는 대만 북서부 연안에서 100마리 이상의 마귀상어가 잡힌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만은 원래 마귀상어가 발견된 적이 없는 곳이었고 한 번에 그렇게 많은 수가 발견되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원인을 찾으려 했으나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큰 지진을 앞두고 심해에 사는 생물들이 얕은 물로 올라오는 것이라는 추정은 있었습니다.
마귀상어 희귀성
마귀 상어는 인간이 맨 몸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심해에 살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희귀한 생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또한 성장 속도가 느리고 번식률도 낮은 편이라서 더더욱 희귀하기도 합니다. 간혹 인간에게 잡힐 때면 이들의 독특한 외모 덕에 뉴스에 나오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들의 희귀성은 곧 남획과 같은 인간의 위협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런 생물을 잘 보존하고 해양 생태계를 잘 지켜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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