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로움을 좇느라 의로움을 잊은 한 해였습니다.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였습니다. '견리망의’란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는다는 뜻입니다. '도둑이 매를 들고 다닌다'는 적반하장과 '무능한 사람이 재능있는 척한다'는 남우충수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매서운 비판을 네 글자 성어로 대신한 셈인데 아래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견리망의 뜻
견리망의는 이익을 보면 의리를 저버린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고대 중국의 철학자 장자가 쓴 산목편에 나온 말로, 눈 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린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장자는 조릉을 거닐다가 특이한 까치를 쫓아 밤나무 숲에 들어가 새를 잡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까치는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고, 사마귀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고, 매미는 시원한 그늘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장자와 까치, 사마귀, 매미 모두는 당장 눈 앞의 이익에 마음이 빼앗겨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장자는 이를 보고 만물은 원래 이런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밤을 훔친 도둑으로 오인한 산지기에게 잡혀 질책을 들어야 했습니다. 자신의 행동도 이익에 눈이 멀었던 금수와 짐승들과 다르지 않았음을 인지한 장자는 사흘 동안 괴로워하다 제자에게 흉금을 털어 놓았습니다.
견리망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의 약점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눈 앞의 이익에 혹해서 자신의 원칙이나 도리를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친구나 동료에게 배신을 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성공을 쟁취하거나, 타인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이익을 챙기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은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해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명예나 신뢰를 잃고, 타인의 적개심이나 복수심을 사고, 결국에는 외로움과 고통을 겪게 됩니다.
견리망의의 예시
견리망의는 역사나 문학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삼국지에서는 유비가 자신의 형제인 관우와 장비를 버리고 빈첸산에서 도망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유비는 눈 앞의 위기에 놀라서 자신의 형제들을 잊어버리고, 자신만 살기 위해 달아난 것입니다. 이는 견리망의의 전형적인 사례로, 유비는 나중에 자신의 행동을 깊이 후회하게 됩니다. 또한, 햄릿에서는 클로디우스가 자신의 형제인 햄릿 왕을 죽이고 왕위와 왕비를 차지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클로디우스는 눈 앞의 권력과 사랑에 사로잡혀 자신의 형제를 살해하고, 그의 아들인 햄릿을 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는 견리망의의 극단적인 예로, 클로디우스는 결국에는 햄릿에게 복수당하고, 자신의 왕비와 함께 죽게 됩니다.
견리망의가 올해의 사자성어가 된 이유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교수의 30.1%(395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를 꼽았다고 합니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어느 교수는 현 우리 사회는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면서, 출세와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정치와 같은 공적인 영역마저 사익 추구에 잠식시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치 분야가 아니더라도 올 한 해동안 일어난 전세 사기 사건, 일부 학부모들의 교육활동 침해 사건 등을 보면 우리나라 전반에 이러한 견리망의 현상이 퍼져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반하장과 남우충수는 어떤 의미?
견리망의의 뒤를 이은 건 상대적으로 익숙한 '적반하장'과 '남우충수'였습니다. '적반하장'은 도둑놈이 오히려 몽둥이를 든다는 뜻이고 남우충수란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 수를 채운다'는 뜻입니다. 남우충수의 경우 무능한 사람이 재능있는 척한다는 의미로 주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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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교수들의 추천과 투표를 거쳐 올해의 사자성어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0명의 추천위원이 26개의 사자성어를 추천했고, 이 가운데 예비심사를 거쳐 5개의 사자성어를 고른 뒤 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조사는 지난 11월28일부터 12월3일까지 설문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이메일 조사 방식으로 했습니다. 참고로 작년에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것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닌 '과이불개'였습니다.
견리망의를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요?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가 선정된 것은 우리 사회의 비판적인 시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견리망의는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유혹이기도 합니다. 이익을 위해 의리를 잊고, 타인을 배신하고, 정의를 저버리는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견리망의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어쩌면 교과서적인 방법을 통해 견리망의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 가치관을 확립하고 실천하기 :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가치관이 모호하거나 변하기 쉬우면 견리망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 우리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타인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무시하거나 간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상호 협력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 정직하고 겸손하기 : 우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배우고, 자신의 장점을 과시하지 않고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정직하고 겸손한 사람은 견리망의에 빠지지 않고, 타인의 신뢰와 존경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거짓말하고 거만한 사람은 견리망의에 빠지기 쉽고, 타인의 불신과 경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견리망의는 인간의 본성에 깊이 뿌리박힌 것이므로,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치관을 확립하고 실천하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정직하고 겸손하면 우리는 견리망의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보입니다. 특히 자신의 목표와 가치관이 분명하다면 눈 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지킬 수 있습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가 선정된 것은 우리에게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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