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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라나시 마니까르니까 화장터, 환생에서의 해방

by 알아봐요 2023. 6. 19.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의 신성한 갠지스강 강둑에 자리잡은 바라나시. 이곳에는 매일 수백 구의 시신이 화장되는 화장터가 있습니다. 그곳은 인간의 살과 나무가 타는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우는 곳, 힌두교도들이 마침내 윤회의 고리를 끊고 해방되는 성스러운 곳입니다.

 

 

 

바라나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바라나시는 영혼을 사로잡는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습니다. 도시의 기원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바라나시는 힌두교 최고의 신이자 파괴의 신인 시바(शिवः)의 거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힌두교인들은 이곳에서 삶과 죽음, 재생의 순환이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바라나시는 영적 수행과 순례, 화장 의식의 진원지로서 인간의 유해를 성스러운 불에 바쳐 윤회의 고리로부터 해방되는 장소로 여겨집니다. 환생을 통해 카스트 계급이 순환되는데, 이곳에서 화장되고 갠지스강에 뿌려지면 환생의 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입니다. 바라나시에 발을 딛는 순간 신성함이 공기를 가득 채웁니다. 도시 안에만 시바에게 바쳐진 눈부신 카시 비슈와나트 사원부터 산카트 모찬 하누만 사원에 이르기까지 2,000개가 넘는 힌두교 사원이 있습니다.

 

힌두교 신자들은 진심 어린 경외심을 신들에게 바치며 도시 안에서 위안을 찾습니다. 새벽이 되면 바라나시의 가츠에서는 '강가 아르티'라고 하여 불을 제물로 바치는 경건한 의식이 진행됩니다. 사프란을 입은 사제들이 종소리를 내면서 통일된 동작을 펼치고, 강가신(갠지스강)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가트 (Ghats)

바라나시에서 갠지스강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가트라고 하여 계단이 쫙 펼쳐져 있습니다. 계단들은 수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으며,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성스러운 갠지그 강물에 몸을 담그고 의식을 수행하며 조상에게 기도를 바칩니다.

 

바라나시 마니까르니까 화장터

이곳에는 마니까르니까 가트라고 하는 화장터가 있습니다. 이곳은 힌두교 신자들에게 엄청난 의미를 지닙니다. 장작더미가 밤낮으로 쉼없이 타오르며 죽음의 삶의 영원한 순환을 가슴 아프게 일깨워 줍니다. 바라나시에서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며, 인간 존재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강둑을 따라 있는 버닝 가트에서는 매일 수백 구의 시신이 태워집니다. 고인은 대나무로 만든 들것에 실려있고 가족과 친척들이 들것을 들고 이곳을 찾아옵니다. 시신은 정화를 위해 강가에서 무릎까지 잠겼다가 해안에 눕혀지며, 가족들은 화장에 쓰일 장작을 구매하고 가족을 보낼 차례를 기다리게 됩니다. 부자는 더 좋은 나무를 구매하고 시신도 완전히 태워질 수 있으며, 화장된 시신을 배에 태워 갠지스강에 띄워보낼 수도 있습니다.

 

불가촉천민 카스트인 돔이 나무 장작더미를 준비하고 시신을 더미 위에 올립니다. 그리고 보통 가족 중 장남 또는 남자 친척이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고 기도를 외웁니다. 장작불은 그곳에 뼈와 재만 남을 때까지 3~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하지만 시신이 전부 타는 경우는 드물며 보통 남성은 가슴뼈가, 여성은 골반뼈가 남습니다. 화장이 끝나면 가족과 친척들은 재만 모아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며 재를 동전과 꽃과 함께 강에 던집니다.

 

인도에 화장터가 이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라나시가 그 중 가장 유명하면서도 중요한 곳으로 여겨집니다. 힌두교도들은 바라나시에서 죽고 화장되면 세속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신의 뜻에 굴복함으로써 신과 하나가 되는 목샤(해탈)에 이르며, 마침내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궁극적인 해방을 얻게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곳에 온 모든 시신이 화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와 임산부, 문둥병 환자 등 일부 시신은 화장되는 대신 강물로 옮겨져 물고기 등에 의해 먹히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그것이 삶의 순환으로 여겨집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일부러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자 남은 생애를 바라나시에서 보내기도 합니다.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힌두교인들이 이곳에서 화장되었습니다. 삶의 덧없음이 드러나는 강가에는 나무 더미와 주황색의 꽃 목걸이, 그리고 고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금색 천이 흩어져 있습니다. 소와 양들은 조금은 강가를 배회하며 바닥에 떨어진 꽃을 먹습니다. 개들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먹을 것이 있는지 찾습니다. 강물에 가라앉은 유품을 건져올려 파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임에도 우리 사회는 죽음을 의식적으로 멀리 두고 일종의 금기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죽음이라는 것은 베일을 벗은 채로 굉장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조금 가볍기도 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이게 됩니다. 바라나시의 마니까르니까 화장터는 이렇게 힌두교도의 영적인 종착지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순례자들이 위안과 영적 자양분을 찾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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