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해도 고소당할 수 있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된 법은 어떤 것인지와 왜 사실을 말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떤지를 상세하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이란, 관련 법령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란,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따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적시하거나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령입니다. 우선 법령 전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제1항과 제2항을 보면 모두 공통적으로 '사실의 적시'를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실'이란 당사자가 말하는 사실이 특정한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한 정보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제1항을 보면 그 사실이 '진실한' 사실이어야 한다는 말은 없습니다. 제2항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과 반대되는 '진실한' 사실이 아니어도 된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제307조 제1항은 당사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는지를 증거로 남겨두어 증명이 가능한 한, 그 사람이 적시한 사실이 거짓되었든 진실되었든 상관 없이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는 말이 됩니다.
제1항과 제2항의 차이는 사실을 적시한 사람이 그 사실의 진위를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임을 몰랐다면, 즉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제1항이 적용되고,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고서도 적시했다면 제2항이 적용됩니다. 제1항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되어있는 반면 제2항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제2항의 법정형이 훨씬 높습니다. 사실의 허위성을 알고서도 명예훼손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형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다만 형법 제310조를 보면 사실의 적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당사자가 적시한 사실이 진실된 사실인 줄 알았고, 이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도 해당 사실의 적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맞다고 판단되는 경우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진실한 사실'은 진실과는 조금 다르더라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공공의 이익'은 국가와 사회, 특정 사회집단, 또는 다수의 일반인의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사실의 적시가 실제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맞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적시된 사실의 내용, 사실을 전달받은 사람의 범위, 사실이 표현된 방법, 그리고 그 표현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명예 훼손의 정도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사실적시의 명예훼손, 문제가 되는 이유
현재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등 국제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비범죄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측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범죄로 처벌해서는 아니됨.
- 허위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악의(내지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형벌로 처벌해서는 아니됨.
- 정부에 대한 비판 또는 의견 표명을 한 개인을 명예훼손범죄로 처벌해서는 아니됨.
- 사실적시 여부를 떠나 모든 형태의 명예훼손에 대한 범죄화는 바람직하지 못함.
- 범죄로서 명예훼손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이에 대한 처벌은 극히 중대한 사건으로만 제한되며 그러한 경우라도 구금은 적절한 처벌이 되어서는 아니됨.
UN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범죄로 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몇 되지 않으며 절대 형사범죄로 해서는 안되고 형법전에서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명예라는 것은 자로 재거나 무게를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훼손의 범위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간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설령 누군가가 명예훼손을 입었더라 가해자의 징역형이나 구금형은 맞지 않으며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형법 제310조를 보면 사실의 적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었다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얘기하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해하지 않는 한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이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형법 제310조에 따르면 그런 생각이나 의견의 표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때에만 가능한 것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형법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됩니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보면, 독일은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프랑스와 스위스,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로 적시된 사실이 진실임을 입증한다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10년 명예훼손죄를 폐지했는데 당시 법무장관은 명예훼손죄를 "오늘날처럼 표현의 자유가 권리가 아니었던 시대에나 존재했던,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죄"라고 표현하며 폐지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는 명예훼손죄를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명예훼손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아직 남아있는 일부 주의 경우에도 진실한 사실을 적시했다면 처벌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규정, 공소가 제기되면 사실여부를 판단하고 진실이었다면 처벌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전세계의 상황을 보면 사실상 명예훼손죄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지 모르나 이 법이 유효한 동안은 사실 적시의 명예훼손이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부당한 소송을 유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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