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족 뜻, 신라 말 호족 세력이란?

이번에도 역사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신라시대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호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호족이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아래에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호족 뜻 및 중국 어원

호족이란 원래 중국에서 쓰던 말인데, 털이 곧고 질 좋은 짐승을 호(豪)라고 하고, 친족집단을 족(族)이라고 해서 호족이라고 불렀습니다. 즉 호족이란 지방에 있는 뛰어나고 우수한 친족집단이라는 뜻이 됩니다. 중국에서는 한나라나 위진남북조 시대에 많이 쓰였는데요, 중앙의 귀족들과는 다르게, 지방의 토착세력으로서 그 지역의 실력자였습니다.

 

호족들은 대토지 소유자였기 때문에 노비나 소작인들을 많이 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협이라고 하는 망명자들도 데리고 있었습니다. 유협들은 호족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호족들을 위해 무력을 행사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호족들은 향리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졌습니다.

 

호족들은 돈이 많아서 좋은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유학이라는 학문을 배웠습니다. 유학은 호족들의 생활을 규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의 원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학은 황제정치를 비판하고, 호족윤리를 중시하는 천자정치를 주장했습니다.

 

호족들은 씨족집단이 아니었습니다. 씨족집단은 춘추전국시대에 흔했던 혈연집단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가부장적 가족제가 생겼습니다. 호족들은 토지소유자인 단혼가족들이 일정한 지역에서 동족적으로 결합하고, 비혈연인인 빈객가족들도 합쳐진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세력을 키운 호족들은 결국 한나라를 붕괴시키고, 위진남북조 시대와 그 뒤를 이은 수나라나 당나라에 이르러 지방에서는 물론이고 중앙에 진출해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위진남북조 시대의 문벌귀족은 호족 중의 유력한 자가 고위의 관직에 나아감으로써 형성되었고, 수나라나 당나라의 과거제는 중, 하층 호족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창출된 제도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의 호족

한국사에 있어 호족의 개념과 성격은 중국의 호족과 비슷했습니다. 신라 말에 흥기한 호족은 대토지소유라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고, 사병을 중심으로 한 무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앙과 비슷한 관부조직을 갖추고 지역민들을 통치했습니다. 또한 학원을 경영하고, 문화적 특권을 향유했습니다.

 

호족의 기원은 지방으로 낙향한 진골귀족이나 6두품 계층, 주나 군의 이직자들, 그리고 촌의 행정을 담당한 촌주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신라 말에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해 고려왕조를 성립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따라서 고려왕조 성립 후 호족들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중앙으로 진출해 문벌귀족화되는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에 남아 왕권강화와 더불어 향리화되는 부류이었습니다.

 

호족은 여러 가지 다른 명칭으로 불리웠습니다. 지방의 유력한 족단이나 집안이라는 의미에서 관족이나 대족, 우족, 망족, 대가, 호가 등으로 불리웠고, 유력한 성씨집단이라는 뜻에서 망성이나 저성, 대성 등으로 표현된 예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뜻은 호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토호라는 용어도 보이나 이는 중국의 예와 같이 호족보다 세력이 약한 집단을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한국사에서의 호족은 신라 말에 지방에서 독자적인 세력권을 확보해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유력한 친족집단이었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골품체제로부터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였으며, 새로운 사회인 고려왕조의 성립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신라의 골품귀족이나 고려의 문벌귀족과 대비되는 정치적 및 사회적 세력집단이라는 의미가 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