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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

리지 보든 사건 미스테리 (1892)

by 알아봐요 2023. 4. 12.

인간의 정의와 불의, 영웅과 악당, 진실과 거짓에 대한 극적인 이야기를 담고있는 유명한 재판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리며 역사에 기록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1893년에 있었던 리지 보든(Lizzie Borden) 재판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든가가 살던 집
보든가가 살던 집

1892년 보든가 살인 사건

리지 보든은 1892년 8월 4일 오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폴 리버에서 자신의 부모를 도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리지는 계모인 Abby를 손도끼로 때려 살해했고, 아버지인 Andrew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격하여 살해했습니다. 계모와 아버지를 살해하는 데에는 1시간 30분 정도의 간격이 있었고, 이웃이나 행인 중 이상한 소리를 들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가족의 집안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것을 본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버지였던 앤드류는 부와 명성을 가진 사람으로 마을에서 유명했습니다. 공장과 은행, 부동산에 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렇게 쌓은 부에 대해 과시한 적도 없었다고 합니다. 집의 경우에도 그가 가진 부에 비해 굉장히 소박하고 수수한 집이었다고 합니다. 딸인 리지는 아버지에게 The Hill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가자는 소리를 자주 했다고 합니다. 가족이 살고있는 마을에 자꾸 외국인 이민자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은 실제로 초반에는 외국인 이민자 남성이 저지른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몇시간 만에 동네의 한 포르투갈 출신 이민자가 용의자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리지 보든은 살인 당일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사건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처음 한 일은 다른 층에서 쉬고있는 아일랜드계 하인에게 의사를 불러오라고 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근처에 살고 있는 아일랜드계 의사나 프랑스계 의사는 부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리지 보든의 이민자를 혐오하는 태도는 꽤 일관적이었습니다.

 

리지 보든 재판

초반에 리지 보든은 용의자 목록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 가족을 아는 사람들이 보았을 때 리지와 같은 사람이 리지의 부모와 같은 사람을 살해할 리 없다고 보았고, 부모를 살해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893년 6월 5일부터 리지 보든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검찰은 리지 보든이 부모를 살해한 각종 동기와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리지 보든은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고, 상속을 탐내었다 했습니다. 또한 리지 보든이 살인이 일어난 당일 아침에 근처 약국에서 치명적인 청산가리 독약을 구입하려고 시도했으며, 살인 후에 도끼와 옷을 일부러 없앴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부검 결과와 현장 사진을 통해 리지 보든의 부모가 딸에 의해 얼마나 잔인하게 살해당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반면 리지 보든의 변호인들은 그녀가 부모를 살해할 이유가 없었고, 그녀가 범인이라면 옷에 흔적이 당연히 묻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살인 현장은 온통 혈흔으로 뒤덮일 정도로 잔혹했고 그 상황에서 옷에 피가 어떻게든 묻었을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변호인들은 리지 보든이 살인 당시 집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는 목격자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대신 집안에는 리지 보든의 아버지가 거래를 거절한 상점 주인과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가진 하인들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변호인들은 리지 보든이 부모를 사랑했으며 그녀가 범인이 맞다면 자신이 사랑하던 부모를 죽인 사람이 지금 제정신일 리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 재판은 당시 전국적으로 큰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여성 단체, 특히 여성 기독교 단체와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리지 보든의 편이 되었습니다. 당시 여성은 유권자가 아니었고 배심원이 될 수도 없었는데, 여성인 리지 보든에 대해 배심원들이 과연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겠냐며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재판은 6월 20일에 종료되었습니다. 배심원들은 단 1시간 반 만에 리지 보든을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배심원들은 검찰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리지 보든이 부모를 살해할 동기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몇개월 후 리지 보든은 다시 기소되었습니다. 그녀의 절친 한 명이 리지가 살인 이후 벽장 선반에서 드레스 하나를 꺼내어 난로에서 태웠다고 증언한 것입니다. 리지 보든은 아버지가 남긴 돈으로 본인을 변호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변호사들을 다시 한 번 선임했습니다. 그리고 법정에 갈때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검은 치마를 입고 한 손에는 꽃다발을, 다른 한 손에는 부채를 들고 나타나 본인이 조용하고 겸손한 여성임을 어필했습니다. 리지 보든에게는 다시 한 번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무죄 선고를 받은 리지 보든의 모습
무죄 선고를 받은 리지 보든의 모습

리지 보든은 두 차례의 재판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보든가의 살인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확증은 있었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어 결론적으로 범인이 없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재판 과정에 있어 리지 보든이 당시 시대상에서의 여성의 위치, 그리고 부자였던 본인의 지위를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했다는 의견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리지 보든의 재판은 유명한 재판 사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며칠 전 리지 보든이 재판을 받던 시점에 잠을 잤던 침대가 감옥 안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리지 보든은 당시 다른 수감자들과 분리되어 당시 브리스톨 카운티 보안관의 사무소로 쓰였던 곳에 따로 수감되었습니다. 현재도 직원 휴게실로 쓰이고 있는 곳인데, 그곳 내 창고안에서 지난 약 100년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침대 하나가 당시 리지 보든이 사용하던 침대일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창고에서 녹이 슬어가던 침대 하나를 두고도 여전히 리지 보든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리지 보든은 논란의 주인공으로서 역사에 길이 남지 않을까 합니다.

 

리지 보든이 썼던 침대로 추정되는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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