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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

미란다 원칙이란? 관련한 한국 법령은?

by 알아봐요 2023. 4. 10.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미란다 원칙이란 무엇인지 쉽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미란다 원칙은 미국에서 유래한 법적 개념으로, 범죄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거나 심문을 받을 때 자신이 가진 진술거부권을 알 수 있도록 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미란다 원칙 뜻

미란다 원칙이란 범죄 용의자 또는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적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1966년 미국 대법원이 미란다 대 애리조나 사건에서 내린 판결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미란다라는 피고인은 경찰의 심문을 받은 후에 자백을 했지만, 그는 자신의 권리를 고지받지 못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자백은 강제된 것이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미란다 원칙에 따르면, 경찰 또는 검찰이 용의자 또는 피고인을 체포하거나 심문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지해야 합니다.

  • 자신이 범죄에 관련된 진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진술거부권)
  • 진술을 하더라도 그 내용이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자백금지의 원칙)
  •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변호인 선임권)
  •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배정해줄 수 있다는 것(국선변호인 제도)

 

만약 이러한 고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구속이나 심문은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진 자백은 독수독과이론에 의해 재판에서 철저하게 배제됩니다. 독수독과이론이란 미란다 원칙을 위반한 자백을 기초로 하여 얻은 증거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론입니다.

 

미란다 원칙은 미국의 헌법 제5조와 제6조에 근거하며, 미국의 법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란다 원칙은 용의자 또는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기관의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는데 기여합니다. 미란다 원칙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적용되거나 참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는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시에 미란다 원칙과 유사한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미란다 원칙의 유래

이 원칙이 세워진 것은 1963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18살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된 에르네스토 미란다의 판례(Miranda v. Arizona) 때문입니다. 1963년 3월 3일,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소녀가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이때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다 소녀 앞에서 멈춰섰고 미란다가 차에서 내렸습니다. 미란다는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소녀를 잡아끌고 강제로 차량 뒷좌석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약 20분 정도 차를 몰고 한적한 곳으로 가서 소녀를 성폭행했습니다.

 

미란다는 이후 소녀를 다시 마을로 데려다주고는 본인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말까지 남겼습니다. 소녀는 곧장 집으로 달려가 경찰에 신고했고, 차량의 색상 등을 알려주었습니다.

 

에르네스토 미란다 머그샷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 소녀의 설명과 일치하는 차량을 발견했고 경찰은 이 차량의 주인인 에르네스토 미란다를 용의자라고 판단, 체포하여 경찰로 연행했습니다. 경찰서에 도착한 미란다는 2시간 동안 심문을 받았습니다. 이때 미란다는 소녀를 납치 폭행한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미란다는 재판 과정에서 본인이 변호사와 함께하지 않았고, 본인이 알아야 하는 법적 권리를 충분히 고지받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진술서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제5조는 '어떤 형사 사건에서도 자신에 대한 증인이 되도록 강요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미란다를 구금하고 심문할 때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으니, 진술서에 담긴 자백은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연방대법원도 미란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에르네스토 미란다의 진술서

 

이후, 이 판례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와 진술거부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경우에 대한 판례로서 유명해졌습니다. 판례 이름에 범죄용의자이자 실제 가해자의 이름인 '미란다'도 붙여 '미란다 원칙'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미란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른 목격자인 전 사실혼 부인의 진술을 근거로 다시 검찰에 기소되었고 결국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약 9년이 지난 1972년 가석방을 받았는데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었다보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고, 돈을 벌기 위해 본인의 싸인이 담긴 미란다 카드를 팔아 생계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집에서 포커 게임을 하다 거스름돈 2달러를 두고 싸움을 했고, 본인이 바로 그 유명한 미란다라면서 나대기까지 하는 모습을 지켜본 상대방이 분노하여 칼로 목을 찔렀습니다. 미란다는 병원에 이송되었지만 사망했습니다. 미란다에게 칼을 휘두른 범인에게 칼을 건네준 용의자는 붙잡혀 심문을 당했지만 미란다 원칙을 듣고는 진술을 거부한 뒤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끝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미란다 원칙의 내용

미국 대법원은 경찰이 용의자를 구금되거나 심문을 하려 할 때, 그 전에 아래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한 말은 법정에서 당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심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국가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줄 것입니다.
이러한 권리를 이해하셨습니까?

 

미란다 원칙이 고지되지 않았어도 자백의 효력이 인정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란다 원칙은 일반적으로 아래 상황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경찰의 질문이 증거의 유죄나 무죄의 증거가 될만한 질문을 한 것이 아닌 경우
  •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이 운전자의 차량을 정지시켜서 단순히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 경우
  • 경찰관이 마트 주차장 등에서 용의자에게 다가가 단순한 질문을 하고, 용의자에 입장이 있는 사람이 언제든 자유롭게 경찰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경우 (수갑을 채워 체포될 필요는 없는 경우)
  • 경찰이 아닌 사람이 용의자에게 간단한 질문을 하는 경우, 예를 들면 마트 보안 요원이 경찰 도착 전에 절도 혐의가 있는 사람을 심문하고 있는 경우

다만 용의자가 언제든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미란다 원칙을 읊지 않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웬만해서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있는 편입니다.

 

미란다 원칙 관련 국내 법령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미란다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하실텐데요, 한국의 헌법과 형사소송법에도 미란다 원칙과 유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헌법 제12조 5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12조
⑤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ㆍ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준 후가 아니면 구속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체포와 피의사실 등의 고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에 따르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일반인이 체포한 현행범인을 인도받아 체포하는 경우, 용의자에게 반드시 미란다 원칙을 알려줘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②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와 제1항에 규정된 자 중에서 피의자가 지정하는 자에게 제1항에 따른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이는 긴급체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원래는 체포 전에 해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잡은 후에 바로 말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범죄용의자가 도망간 상황에서 먼저 잡아야 한다거나, 범죄용의자가 칼로 공격해서 먼저 방어부터 해야하는 경우에는 용의자를 잡은 직후에 고지해도 됩니다.

 

미란다 원칙 대사

드라마 등에서도 미란다 원칙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방영한 JTBC 드라마 <괴물>에서는 마지막 회에서 괴물이라 불리는 연쇄살인마를 잡은 뒤 주원이 눈물을 머금고 동식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주원이가 말하는 대사가 바로 미란다 원칙입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어요. 변명할 기회가 있고, 체포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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