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에는 독특한 문화적 전통이 살아있다. 그 중 하나가 파마디하나(Famadihana)라는 장례 의식이다. 죽은 이의 뼈를 꺼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혀주는 날인데 장례 의식이라기보다는 죽은 이와 살아있는 이의 상봉의 장에 더 가깝다. 음악과 춤, 음식과 술이 넘치는 축제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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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디하나의 의미와 과정
마다가스카르 문화권에서는 사람이 죽더라도 남겨진 사람들을 바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이다. 육체가 남아 있는 한 영혼은 여전히 이 세상의 일부이다. 가족들은 조상들이 사후 세계로 갈 수 있을 때, 즉 그들의 몸이 환생할 때까지 돌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연말 경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서 파마디하나를 거행한다. 17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시아권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마디하나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가족들은 의식이 거행될 조상의 무덤까지 며칠 동안 도보로 이동한다. 온 마을이나 공동체가 모여서 진행하기도 한다. 무덤에서 죽은 이의 뼈를 꺼낸 후 씻어내는 절차를 거친 후 다시 깨끗한 비단 수의로 감싸고 그 위에 그들의 이름을 적는다. 가족들은 이렇게 옷을 갈아입힌 조상의 뼈를 들고 무덤 주변을 돌며 축제를 진행하고, 축제가 끝나면 다시 가족 무덤에 안치한다. 어떤 경우에는 단독으로 묻혔던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고 이 과정을 거친 후에 다른 가족들이 묻혀 있는 가족 무덤으로 옮길 때 파마디하나를 진행하기도 한다. 죽은 이가 가족 및 조상들에게 돌아가는 의식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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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디하나 축제
파마디하나는 단순히 죽은 이를 추모하는 장례 의식이 아니고, 오랜만에 다시 가족을 만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는 날이 된다. 파마디하나에 참석하기 위해 먼 곳에 사는 유족들이 다 모이는데, 이틀 동안 열리는 추모예식을 위해 며칠 동안 걸어 오기도 한다.
파마디하나는 장례 의식이라고 하여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지는 않는다. 음악과 춤 그리고 술이 어우러진 일종의 신나는 축제다. 친인척들은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죽은 이를 추모한다. 보통은 가족들 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참여하는데 이 경우 사오다라자나(sao-drazana)라고 하는 금전적인 부조를 한다. 죽은 이의 가족들은 이를 감사하며 이웃들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쌀과 고기로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
파마디하나 날에는 가족들이 죽은 이와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죽은 이의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죽은 이에게 가족의 근황을 전하기도 한다. 조상들에게 새 옷을 입히는 절차이기도 하지만, 이런 의식을 거행하는 후손들을 지켜주고 축복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들어간다.
파마디하나의 변화
파마디하나는 마다가스카르의 전통적인 장례 문화이지만 현재는 여러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첫째, 파마디하나를 치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둘째,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파마디하나를 이단적인 행위로 간주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셋째, 페렴과 같은 전염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꺼내서 만지게 되면 2차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파마디하나를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파마디하나는 여전히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식이다. 죽음을 슬퍼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죽음을 삶의 연장으로 보고, 슬픔을 억제하도록 압박하기 보다는 삶도 죽음도, 기쁨도 슬픔도 늘 공존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하는 의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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